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 변환 독점 계약을 맺은 국내 바이오 기업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사실을 확인했을 때, 솔직히 '이게 진짜 맞아?' 싶을 정도로 놀랐습니다. 바이오 주식에 오랫동안 편견을 가지고 있던 저의 시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기업, 알테오젠 이야기입니다.
숫자로 증명하는 기업, 하이브로자임과 마일스톤의 실체
바이오 주식은 임상 기대감만으로 오른다는 말,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에코프로나 SK하이닉스처럼 실적이 숫자로 찍히는 기업들을 주로 공부하다 보니, 바이오 섹터는 늘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알테오젠을 파고들면서 그 편견이 무너졌습니다.
알테오젠의 핵심 기술은 하이브로자임(Hybrozyme)입니다. 여기서 하이브로자임이란 정맥주사(IV) 방식으로만 투여 가능했던 약물을 피하주사(SC)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히알루로니다제 기반의 플랫폼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병원에서 수십 분에서 수 시간씩 링거를 맞아야 했던 치료를 몇 분 안에 피부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바꿔주는 기술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지는 변화입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알테오젠은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와 키트루다 SC 제형 변환에 대한 독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키트루다는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다투는 면역항암제로, 2023년 기준 연간 매출이 약 250억 달러에 달합니다(출처: 한국바이오협회). 이 거대한 매출에서 발생하는 러닝 로열티(Running Royalty), 즉 판매량에 연동된 지속적인 기술료가 알테오젠으로 유입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마일스톤(Milestone)이란 기술 수출 계약에서 임상 단계 진입, 허가 신청, 시판 승인 등 특정 개발 단계에 도달할 때마다 지급받는 단계별 기술료를 의미합니다. 단순한 계약금이 아니라, 개발이 진행될수록 금액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기업은 임상에 성공해야 돈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알테오젠은 이미 이 마일스톤 수령을 통해 흑자 전환을 달성했습니다. 제가 직접 공시 자료를 확인하면서 '이건 다른 바이오 기업들과 결이 다르다'고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알테오젠의 핵심 모멘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키트루다 SC 독점 계약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 수령 및 러닝 로열티 기대
- 자체 개발 히알루로니다제 '테르가제(Tergase)'의 국내외 직접 판매
- 추가 글로벌 빅파마와의 플랫폼 기술 수출(L/O, License-Out) 계약 가능성
- 후속 파이프라인 임상 진전에 따른 추가 기업 가치 확대

헷지 자산으로서의 가능성, 포트폴리오 관점에서의 재평가
알테오젠에 대해 공부하기 전, 저는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AI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 종목에 집중해 두고 있었습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 수혜주로서 SK하이닉스의 방향성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고, 에코프로 계열도 장기 관점에서 의미 있는 종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섹터 모두 매크로(Macro) 이슈에 유독 민감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매크로란 금리, 환율, 지정학적 리스크처럼 개별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거시경제 변수를 의미합니다. 미국 금리 발표 하나에 포트폴리오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섹터 다각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알테오젠은 그런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결의 자산입니다. 글로벌 항암제 수요는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와 무관하게 지속됩니다. 키트루다의 판매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FOMC 결과에 따라 줄어들지는 않으니까요. 제 경험상 이렇게 매크로와 상관관계가 낮은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을 때, 시장이 흔들리는 날 생각 외로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물론 바이오 주식이 리스크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임상 실패, 규제 이슈, 경쟁 기술의 등장 같은 변수는 언제든 존재합니다. 실제로 주가가 박스권에서 횡보할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는 펀더멘털(Fundamental), 즉 기업의 본질적인 사업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다시 점검하는 방식으로 마인드를 잡았습니다. 계약이 유효한지, 마일스톤 수령 일정에 변화가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단기 주가 등락에 반응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었습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기술 수출 현황을 보면, 플랫폼 기술 기반의 L/O 계약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알테오젠처럼 단일 후보물질이 아니라 다수의 파트너사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그만큼 반복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알테오젠은 '언젠가 임상이 통과되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의 종목이 아닙니다. 이미 계약이 존재하고, 이미 마일스톤이 인식되었으며, 앞으로 러닝 로열티라는 안정적인 캐시플로우(Cash Flow)가 유입될 구조가 마련된 기업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나서야 저는 바이오 섹터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섹터 쏠림을 경계하고 있다면, 이미 숫자가 증명되고 있는 플랫폼 바이오 기업에 관심을 가져볼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번에 큰 비중을 싣기보다는 시장 흐름과 공시를 꾸준히 확인하면서 분할 매수로 평단가를 관리하는 방식이 제가 현재 택하고 있는 전략입니다. 투자 판단은 결국 본인의 몫이지만, 적어도 '바이오는 투기다'라는 편견은 한 번쯤 내려놓고 들여다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분석을 공유한 것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또는 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Ge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