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시장을 쥐고 흔들던 시절, 반도체 주식만 쳐다보던 투자자들이 놓친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오라클(ORCL)입니다. 저도 한동안 그 중 한 명이었는데, 현업에서 공급망 데이터를 직접 다루다 보니 뒤늦게 이 기업의 무게감이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OCI가 조용히 클라우드 판을 흔드는 이유
오라클 주가 반등의 핵심은 OCI, 즉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racle Cloud Infrastructure)에 있습니다. OCI란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Azure처럼 기업들이 서버와 데이터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인프라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기업들이 더 이상 자체 서버실을 운영하지 않아도 되도록 인프라 자체를 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제가 일하는 현장에서도 이 변화를 체감합니다. 수백 개의 부품 단가와 외주 가공 일정을 동시에 관리하다 보면, 데이터가 느리게 처리되거나 시스템이 불안정할 때 얼마나 큰 손실이 생기는지 뼈저리게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입장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 온 오라클이 왜 기업 고객들에게 쉽게 교체되지 않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OCI의 강점 중 하나는 멀티 클라우드(Multi-Cloud) 전략입니다. 멀티 클라우드란 기업이 하나의 클라우드 제공업체에만 의존하지 않고, AWS, Azure, OCI 등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오라클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두 플랫폼을 연결하는 환경을 구축했는데, 이 전략 덕분에 기존 Azure 고객들이 OCI를 추가로 선택하는 유인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경쟁사끼리 왜?"라고 의아했는데, 실제로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유리한 구조라 오히려 오라클의 영업 채널이 확장된 셈입니다.
또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포인트는 리커링 레버뉴(Recurring Revenue), 즉 반복 구독 매출입니다. 리커링 레버뉴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구독하며 발생하는 예측 가능한 반복 매출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이미 수십 년째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을 사용하고 있어, 이 매출은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유입됩니다. 실제로 2024 회계연도 기준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 및 라이선스 지원 매출은 전체 매출의 70%를 넘어섰습니다(출처: Oracle Investor Relations).
오라클의 투자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OCI를 통해 제공
- 마이크로소프트 등과의 멀티 클라우드 파트너십으로 신규 고객 유입 경로 확보
- 기존 DBMS 고객 기반에서 나오는 리커링 레버뉴로 안정적인 실적 방어
- 기술주 중에서 드물게 꾸준한 배당 성장을 유지하는 배당 성장주 특성 보유

장밋빛 전망만 믿어도 될까, 리스크와 전략을 함께 봐야 합니다
오라클이 좋은 종목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무작정 따라 들어가기엔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AI 모멘텀을 등에 업고 주가가 단기간에 상당히 오른 탓에, 현재 밸류에이션(Valuation)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현재 주가가 실제 이익이나 자산 대비 얼마나 비싸게 혹은 싸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입니다. PER(주가수익비율)로 보면 오라클은 동종 소프트웨어 업종 내에서도 상단에 위치해 있어,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하는 순간 주가 조정폭이 클 수 있습니다.
AWS와 Azure라는 클라우드 시장의 공룡들이 버티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라클이 가성비와 AI 최적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클라우드 점유율에서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트너(Gartner)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오라클의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 수준으로, 선두권 대비 추격 여지가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역으로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출처: Gartner).
저는 이 지점에서 오라클 단독 비중을 확 늘리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제 경우에는 엔비디아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장주를 베이스로 유지하면서, 오라클처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을 일부 편입해 변동성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솔직히 이 구조로 바꾸고 나서 포트폴리오 전체의 일간 등락폭이 예전보다 한결 줄었습니다. 마음이 편해지니 불필요한 매매 충동도 자연히 줄어들더라고요.
오라클이 단순한 레거시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흐름입니다. 다만 그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는 만큼, 분할 매수나 조정 시 저가 매수 전략이 단기 고점 추격 매수보다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결국 오라클을 볼 때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좋은 기업인 건 맞는데, 좋은 가격인지는 따로 봐야 한다." 투자 매력은 인정하되, 진입 타이밍과 비중 조절은 각자의 포트폴리오 상황에 맞게 신중하게 가져가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Gemini